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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21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中 /전혜린
│COFFEE│2020. 3. 21. 22:43

 

부럽고 이해하고 싶었고

때론 닮고 싶었던,

내 정신의 가까이에

촛불처럼 존재했던 그녀..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中 /전혜린

 

 

제 1장 1958년

울기는 쉽지

10월 15일

 

중략

 

ㅡ이기(Ego)ㅡ 여자의 작고 비소한 이기심 ㅡ 날카로운 손톱과 교태. 자기 자신에게도 교태와 분장 없이는 허할 수 없는 비본질적인 존재가 여자다. 여자의 생은 모방이지. 참생(生)은 아니다. 여자는 자기를 잊을 수도 초월할 수도 없으므로 위대함에는 부적당하다. 커다란 우(愚), 위대한 무심, 부작위가 너무나 여자에게는 결핍되어 있다. 생활에의 작은 기술에 익숙하면 익숙할수록 참과는 더 멀어지고 본질을 등지게 되는 것이 여자다. 따라서 위대한 사랑조차도 여자에게는 불가능할 것이다. 자기를 타인 속에 초극하고 또 세계 속에 초극해 가야 하는 것이 참 사랑이라면, 여자는 사랑에는 너무 본능이 앞서는 종족인 것 같다.

자신 속에서 발견한 여자가 나를 절망케 한다.

 

 

일생에 한 번, 한 개라도 좋은 작품을 쓰고 싶다. 그것을 위해서 살아나간다. 모래를 씹는 것 같은, 또는 폭풍우가 아프게 뼈까지 때리는 것 같은...., 그러나 때로는 은빛 안개에 잠긴 낙엽에 깔린 아침 길과 같은, 또는 파란 하늘에 둥둥 분홍 구름이 떠 있는 항혼과도 같은......, 이런 여러 개의 수 많은

그러나 나는 이제 죽음을 부르게 할 생각은 없다.

싹이 트고 있는 나무의 기둥처럼 나의 몸에는 생의 의지, 아니 단순한 생이 시작되었다.

-p19

 

 

 

 

볼가 강

루 앙드레 살로메

 

 

너 비록 멀리 있어도 난 너를 볼 수 있다.

너 비록 멀리 있어도 넌 내게 머물러 있다.

표백될 수 없는 현재처럼, 나의 풍경(風景)처럼,

내 생명을 감싸고 있구나.

네 기슭에서 내 한번도 쉬지 않았더라도

네 광막함을 난 알 것만 같다.

꿈결(Traumeflut) 은 항상 네 거대한 고독에

날 상륙시킬 것만 같다.

ㅡp25

 

 

 

 

돈이 떨어지다. 배는 다소 고프지만 나는 즐겁다. 오늘은 가을 하늘이 멋이 있었고, 나의 머리는 니체와 루 생각으로 가득 찼으니까.....,

나의 텅 빈, 추운 방에서 나는 벌레처럼 틀어박혀서 나의 꿈을 기르고 싶다. 닫힌 문과 마음속에 끝없이 펼쳐 가는 환상의 세계의 크기와! 니체 , 루, 릴케, 튜린, 질스마리아.....,

ㅡp28

 

 

 

잿빛크리스마스

 

 

노오란 가스등, 보라빛 연기의

모닥불이 피어 오르고 ........

눈에 안 보이고 소리도 없이

가랑비가 내리고 있다.

............................................

 

 

11월 14일

 

무서운 꿈이었다. 잠이 깬 것이 기쁘다. 요즘 나는 불안한 예감에 사로잡혀 있다. 오토 프랑크(Otto Frank), 근본적으로 예의바른 성질, 솔직, 친절, 겸허, 희생심 등등.... 그들 가운데는 아주 비슷한 특징들이 있다. 한 번 거짓된 짓을 한다 하더라도 그는 솔직하다. 비루하고 심술궂은 짓을 결코 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의 일생 내내..... 그가 그러리라는 것을 능히 추측할 수 있다.

 

 

11월 26일

중략

 

기독교인의 고뇌와 행복.

ㅡ 모든 현실과 진실의 이해.

그가 우리를 아는 것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그는 우리를 사랑한다.

 

지옥이란 현세의 것이다.

 

'나는 내 일(Arbeit)에 귀를 기울이지, 대중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 그러나 우리는 상황에 참여해야만 한다. 우리는 그리스도로서 고용되어 있다. 제한 없는 참여의 경우가 모리악의 그것이다.

 

 

인간성에의 봉사와

기독교적 사랑(Caritas)속에서

항상 그것은 비체계적이고 비교의 적이다.

항상 그것은 개인적이다.

세계의 모든 부정(不正)에 대해서 연대 책임을 느낀다.

인간은 변화하지 않는다.

 

신은 하나의 훌륭한 유혹이다.

 

결국 인간이 거기에 굴복하고야마는.....

ㅡp32.33

 

 

 

 

 

제 2장

1959년

헤세로부터의 편지

 

 

 

1월 7일

중략

 

나는 모든 피상적인 것을 증오한다.

나는 모든 경박한 것을 증오한다.

성숙을 나는 동경한다.

과일의 무거운 황금빛 성숙을...

생각이 깊고 눈이 날카롭기 때문에,

직관으로 모든 사람을 꿰뚫어 보면서도

마음의 따뜻함과 부드러움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에 ,

나는 동생을 사랑한다.

내면의 고요와 명랑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나는 그애를 사랑한다.

피상적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그 애를 사랑한다.

천성이 성실하고 경외심에 가득 차 있고

경건하기 때문에 나는 그애를 사랑한다.

그애는 참으로 나의 보석,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나의 보석이다.

 

 

 

모든 철면피한 것, 둔한 것, 무례한 것, 조야한 것,

소란하고 시끄러운 것 등등을 나는 증오한다.

사랑이란 두 영혼 사이의 지속적인 대화이어야 한다.

전혀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정신적인 것, 순수한 정신(Nur-Seele)을 나는 추구한다.

창백하고 순수한 달의 그 무감각한 냉정을 나는 갈망한다.

나는 끈끈한 것, 숨이 뜨거운 것, 야비한 것,

친숙한 것을 증오한다.

나는 평범한 것(Gewohnliches)을 증오한다.

ㅡP58-59

 

 

 

그이가 내게 말하길,

"당신은 전생(前生)에 쥐였을 거야.

왜냐하면 잘 때 이를 갈고,

게다가 개와 고양이를 지독하게 무서워하거든."

 

그 말이 나에게 생각을 하게 했다.

돌아갈 수 있는 곳을 가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따뜻한 아궁이로, 가족에게로, 엄마의 젖가슴으로...,

어느 곳이든, 세상의 어느 곳이든

그를 위한 사랑과 기도가 있는 곳이면

 

 

 

 

그것은 인간에게 내면의 평안과 외면의 자신을 준다. 사랑 없이 자라고 돌아갈 아무 곳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사람은 괴팍스레 고독해진다. 그러면 아주 쉽사리 당황하게 되고, 기분이 극(極)에서 극으로 달리기만 하여 결코 침착과 자신을 찾지 못하게 된다.

모성애! 난 그것을 얼마나 미칠 듯이 아쉬워 하는가! 난 그것을 받아 보지 못하고 자라났고 그래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모성애에의 동경은 내 가슴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말았다. 그리고 내가 화를 내거나 불만일 때면 그것은 뚜렷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를 도와 줄 아무것도 없다. 참으로 난 극단으로 기울어져 있다.

 

죽고 싶도록 내 자신이 부끄럽다.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모차르트적인 명랑과 고요와 조화의 순간을 내 속에서 체험해 보았으면.

모든 격정적인(Pathetisch) 음악을 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인생이란 우리가 전(全) 심장으로 사랑하는 그 무엇으로써 채워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생은 공허하고 불만족한 것이 될 것이다.

 

 

 

난 좀 슬프다.

기도를 드리고 싶다.

나는 가시를 하나 품고 있다.

내 가슴의 가장 깊은 곳에.

때때로 난 그곳이 아픈 것을 느낀다.

그러면 난 아주 아주 홀로

가장 어두운 방 속에 있고 싶어 진다.

거기서 촛불이 타는 것을 바라보고 싶다.

그러나 난 또한 뜨겁게 갈망한다. 사람을!

인간의 사랑과 따스함을 .

내가 가장 동경하는 것은?

어머니! 어머니가 그래야만 하듯이

사랑에 충만하고 오직 사랑뿐인 ....

 

 

p6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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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sun